[사진출처_https://www.imdb.com/title/tt5258850/?ref_=nv_sr_1]


전쟁이 인간에게 남기는 상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한 개인의 일생에 그토록 크나큰 육체적 정신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기고 전쟁 전과 후의 인생은 그 누구에겐 180도 다른 전혀 다른 삶이다. 전쟁으로 또다른 내가 태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그 또다른 나는 전보다 훨씬 추악하고 불행한 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쟁이 말해주는 슬픈 진실. 알베르 듀퐁텔이 감독이며 주인공이기도 한 이 영화는 소설이 원작이라는데 책을 먼저 읽지 않아서인지 영화는 내겐 너무 좋은 인상을 남겼다. 책이 원작인 영화들의 책을 보고 영화를 보면 상상력으로 읽어내려간 책보다 훨씬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랬을지 모르겠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주인공 알베르 마야르에게 빠진 뽀인트는 바로 그의 삶 전체다. 그는 선하다. 내가 본 그는 선한 나머지 전쟁 후 직업을 잃고 찾은 백화점 벨보이로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약혼녀 세실(은행출납원이던 마야르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지만 전쟁 후 직업도 잃고 형편 없어진 그를 말 없이 떠난 그녀)에게 어떠한 변명이나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그 현실을 받아들일 뿐. 그리고 세실의 생각을 대변하기까지하는 그를 볼때 눈물겹다. 마야르 당신은 어쩜... 그의 인생 행로는 인위적인 선함이 아니다. 그저 진실함과 선함이 본능적으로 내재돼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보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우스꽝스런 모습 속 순수함이 느껴지는 정감이 가는 사람. 우스꽝스런 행동이라 여겨지던 것들이 지나고보면 지혜로운 일들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그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그를 결국 죄에서마저 자유할 기회까지도 부여한다. 적어도 그는 거짓보단 진실한 사람에 가깝다. 현실에서의 나란사람은 좀 꽉 막히고 융통성이 모자라다고 느낀다. 그래서 가끔은 원리원칙에 강박적이라 생각하는 나 자신에게 마야르는 어떠한 순간 꼭 그래야만 하는 행동을 원칙에 조금 벗어나더라도 큰 잘못이 아니라면 융통성있게 해내고야마는 마야르를 볼때 그는 내가 추구하는 롤모델이며 인간상이기도 하다. 그 자신도 전쟁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갖고 있을텐데도 정신적 신체적 트라우마와 죽음 앞에 선 고통 속에 있는 에두아르의 구원자같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를 살린 건 그런 그의 재치있는 행동들이 쌓인 결과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에두아르였다면 아마 진작에 삶을 포기하려하지 않았을까? 그런 그를 살게한 건

마야르의 작지만 엄청난 힘이 전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을 가졌고 화가로서 천재적 재능까지 가졌던 그였지만 전쟁 이후에 남겨진 상흔은 그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더 길게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더 이상의 이야기는 생략한다.

프랑스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고나면 다음 번엔 어떤 프랑스 영화를 볼까 기대하고 두근두근 설레게된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10년이 더 지난 것 같은데 우연히 티비에서 보았던 오두리 도투의 히 러브스 미 처럼 프랑스 영화는 달콤한 디저트 같으면서도 신파적인 요소를 섞지 않아도 마음 깊숙히 울게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 영화에서 나를 크게 울린 사람이라면 처음엔 에두아르를 울게 한 어린 루이즈의 순수함이었고 두번째는 마야르 그 자체였으며 세번째는 에두아르를 마주한 아버지 마르셀이었다. 세번째의 마르셀은 나를 깊이 울게 했다. 아버지의 마음이란 이런 걸까?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영웅적인 어떤 서사적 인물들은 아니지만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마음이 가는 사람들이다. 그 누구보다 마야르, 당신이란 사람! 영화 때문에 원작 소설을 읽고 싶게 한 멋진 영화였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상영관이 작고 적어서 아쉬울 뿐이다! 메가박스의 필름 소사이어티는 사랑이다.

너무 좋다~ 대접 받을만한 좋은 영화를 걸어주는 메가박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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